'결혼비용 2억 3,000만?' 결혼에 대한 고찰

살다 보면, 가끔 어려운 선택과 마주하게 되는데, 가장 어렵고 힘든 선택 중 하나가 바로 결혼입니다.


결혼은 얼핏 생각하면, 둘만 좋아하면 될 일 같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 다 아실 겁니다. 집사람을 만나, 많은 반대를 넘어 결혼을 했지만,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 저 때문에 마음고생도 컸고, 둘째 낳고 나서 산후풍에 걸려 오랫동안 고생했고, 지금도 건강이 좋지는 못합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 텐데..."라고 생각하면 많이 미안합니다. 우리 집사람은 저와 결혼함에 따른 '기회비용'이 크다고 할까요?



출처: https://blog.naver.com/byk605 미운돈 연구소 | 블로그


기회비용은 어떤 것을 함으로써 다른 것을 포기하는데 따른 비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시간의 여유가 주어졌는데,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칩시다. 하나는 TV에서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이죠. 코미디 프로를 보는데 따른 편익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이고, 독서의 이점은 새로운 지식을 쌓아 교양을 넓힐 수 있는 것입니다. 이때 코미디 프로를 보기로 결정한다면, 코미디 프로를 보는데 따르는 기회비용은,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의 크기만큼이 될 것입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네가 한 남자를 선택하는데 따르는 기회비용은, 다른 남자와 결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을 포기하는 만큼이 됩니다. 그런 기회비용의 개념, 즉 선택의 어려움을 잘 표현한 것이 미국의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라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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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 하나만 잘 읽어도, 모든 선택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고등학생이라면 앞으로, 어느 학교, 무슨 과를 갈 것인지,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취업한다면 어느 회사에 입사할 것인지... 앞으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결혼인데, 결혼이 쉽다면 아마 TV 여러 채널에 나오는 각종 연속극, 아침드라마 대부분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고, 많은 주부들이 무료함에 치를 떨게 될 것입니다.

결혼은 당사자만 좋아서 되는 일이 아니고, 집안, 학력, 재력, 인물, 사주팔자 같은 온갖 것들이 다 불거져 나와 벌이는, 결전의 장이자 양보와 화합 또는 냉정한 결별의 장이기도 합니다. 이때 자주 애용되는 말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안된다"라는 것인데, 상대방 집안이나,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이어서, 상처가 매우 크고 후유증이 오래갑니다. 이 말에 베이면, 후시딘이나 마데카솔로는 치료가 안되죠. 저도 지금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딸들을 키워서 남의 집에 시집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괜히 슬퍼집니다. 집사람 데려다 고생시킨 점은 미안하지만, 내 딸이 남의 집에 시집가서 고생한다 생각하면, 막 천 불이 날 것 같거든요. 제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요?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행사 중 하나인 결혼을, 돈으로 따지기는 뭐 하지만, 몇 년 전에, 어떤 방송인이 결혼식을 했는데, 1인당 식사를 12만 원짜리로 준비해서 식대만 1억 이상이 들었고, 한 번 입는 웨딩드레스가 2,500만 원에, 5단 웨딩케익 등을 합쳐 웨딩패키지 비용이 1억 3천만 원이 들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상대편 집에 보내는 예물에다 주고받는 패물, 신혼여행비 등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결혼식에 참석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침 그날이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어서, 기초 생활비 25만 원에다, 가끔 공공 근로에 참여해서 버는 돈을 합쳐, 몇 십만 원도 안되는 돈으로, 한 달을 사는 할머니 댁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갔던 참이라, 비싼 음식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더없이 씁쓸했습니다.

어느 부모나 자기 자식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은 다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취업이 잘 안되고 돈이 없어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3포 세대' 뿐 아니라, '5포 세대', '9포 세대' 심지어 '다포 세대"라는 단어가 횡행하는 요즘,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위화감을 느낄까요? 반면에, 일반 예식장비의 1/4밖에 안되는 500만 원 정도의 돈만 들여, 서울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하객들의 축의금도 받지 않고, 예식장비 아낀 돈은 자신들이 일하는 병원과 학교에 기부하기로 한 젊은이들도 있었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의 호화판 결혼식 말고, 보통 사람들이 결혼하는 데는 돈이 얼마나 들까요? 작년에, 웨딩컨설팅업체인 듀오웨드에서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이 결혼 자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평균 2억 3,186만 원이었고, 한 해 전 조사했을 때의 2억 3,085만 원보다 101만 원(0.4%)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중에 주택자금이 1억 7,053만 원으로 73.5%를 차지했는데, 2016년 69.9%, 2017년 70.8%, 2018년 72.7% 등 계속 높아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집을 구입해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부부는 28.8%, 전셋집에서 시작하는 부부가 59.5%, 나머지는 반전세나, 월세,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발간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여성 43.5%, 남성 52.8%였습니다. 남성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여성들 중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꾸 줄고 있습니다. 1998년도 67.9%에서 2008년 61.6%, 2019년 43.5%로 20여 년 만에 거의 25%나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결혼을 기피하는 2030세대도 늘고 있습니다. 왜 결혼을 기피할까요? 취업난과 청년 부채, 집값 상승 등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큽니다. 출산율 감소 탓도 있지만, 결혼하는 젊은 세대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인구동향'에 따르면, 2020년 4월 혼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4,356건(21.8%)이나 감소한 1만 5,670건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최대의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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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결혼을 꼭 해야 한다'라는 생각도 없는 여성들이 많아진 데다, 주거문제, 결혼비용, 육아비용 등 경제적인 문제가 젊은 세대의 결혼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2019년 여성 1인 가구는 291만 4,000가구로 2000년(130만 4,000가구) 대비 2.2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혼자서 살기도 벅차서, 또는 혼자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결혼을 하게 되면 당연히 경제적 여유가 없어질까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연애는 사랑만으로 충분할 지 모르지만, 결혼은 생활입니다. 어쩌면, '초라한 더블 보다 화려한 싱글'을 선택해, 결혼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는 편이 낫다는 그들의 생각이 더 옳은 것 같기도 합니다.

딸들에게 말합니다. 결혼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나라를 생각하면, 젊은 세대들 모두 결혼을 해서, 힘닿는 대로 아이들도 많이 낳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디 결혼과 출산이 당위성이나, 국가의 강요로 해결될 일이던가요?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결혼비용, 주거비용, 자녀 양육비용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데, 집값은 나날이 치솟고, 결혼비용도 증가하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육아부담은 크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이는데, 정부 탓만 할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결혼비용이 2019년 기준으로 2억 3,000만 원이니, 우리 애들이 결혼할 때쯤이면 3억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 양쪽 집에서 반씩 부담해도 1억 5,000만, 딸이 두 명이니 어차피 3억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애들도 제 나름의 준비를 하겠지만, 노후가 점점 가까워져 가는데, 3억은 적은 돈이 아닙니다. 도대체 애들은 언제까지 돌봐줘야 할까요? "아이 하나 키우는데 세상의 모든 지혜가 다 필요하다"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나이에도 인생이란 얼마나 더 배워야 할 것, 머리를 짜 내야 할 것이 많은지 실감이 됩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희망적인 생각과 함께 미래에 있을 애들의 결혼식을 떠올려 봅니다. 부부는 평등한 법이니 결혼식에 입장할 때도 부부가 동시에 입장했으면 좋겠고, 우리는 한국 사람이니, 결혼식 때 반주곡도 '고향의 봄' 같은 우리 음악을 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혼식 때 축가도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이나 유익종의 '마침내 사랑이여' 같은 노래를 제가 직접 불러주고 싶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고, 딸들이 들으면, '아재'나 '노땅' 다운 생각이라고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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